알림마당

Home > 알림마당 > 언론보도

[특별기고] ‘반출 충남 국보 특별전’을 제안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3-25 08:03
조회
447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금강일보]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득표율 차이는 0.7%포인트다. 그야말로 없었던 일이고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이제는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의 이행을 통해 국민과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여야 후보의 공약 중에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약속이다. 지금 수도권과 지방과의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의 인구는 절반 이상으로 과밀하고, 경제력도 과반 이상으로 집중해 있다. 반면 지방 도시는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위기를 겪고 있다. 89곳의 지방 도시가 소멸위기에 빠졌으며 그중 34곳은 고위험 도시이다.

지방 도시가 소멸위기에 처한 것은 극단적인 도시화와 집적화의 결과이다. 산업화를 겪으면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지나쳤다는 것이다. 균형발전을 하자면서 한편으론 ‘신도시’ 건설에 집중한 결과 도리어 수도권 집중현상만 부축인 꼴이 되어버렸다.

지방 도시의 소멸위기는 인구 감소만이 원인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 격차 못지않게 문화적 이유도 크다. 그 가운데 하나는 문화재의 소재 현황이다. 대표적으로 우리의 국보는 2021년 기준 350건이다. 168건은 서울에 있다. 절반에 가깝다. 여기서 문제는 서울에 있는 국보의 상당수는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지역의 대표 문화유산이 부당 징발, 반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전시관에 즐비하게 늘어선 국보 석탑의 고향은 원주, 상주, 김천 등지이다.


2021년 4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고 이건희의 수집품 중 고미술품 1만 6000여 점이 기증됨으로써 집중은 더욱 심화 되었다. 기증품에는 국보 14점이 있다. 이 중 공주 출토 백제보살입상, 논산과 예산 출토 청동유물, 부여 이신기의 묘법연화경은 충남도를 기원으로 한 문화유산이다. 고 이건희 수집품의 기증이 상속세에 대한 물납인지는 아직 정부에서 이렇다 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상속세를 면해줄 목적으로 기증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렇다면 국민 세금으로 취득한 문화재에 대해선 기원지의 주민에게 우선 공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 등 물납제에 의한 기증 유물은 일정 전시 조건 등을 갖추면 연고 지역 우선으로 전시하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다. 고 이건희 수집품 외에 천안 천흥사 동종, 공주 감영 금영측우기, 청동 정문경, 보협인석탑, 개태사 금동대탑 등 반출된 ‘충남의 국보 특별전’을 유산의 고향을 중심으로 순회 전시한다면 지역민에게 문화적 자긍심과 전승 의지를 고취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박물관협회의 윤리강령에는 ‘박물관의 소장품이 유래한 지역 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활동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국립박물관 소장유물 대여규칙에 근거해도 ‘국보 특별전’의 시행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충남도는 고 이건희 수집품 중 국보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문화유산향유와 문화기본권 실현을 선도하는 지방 도시로서 ‘반출된 충남 국보 특별전’이 이뤄진다면 다른 지역의 문화유산 회복과 향유권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서울에 가지 않아도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도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